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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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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0건 조회 1,572회 작성일 2005-12-0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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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과 학생들 

김정확(요셉) 교사, 꾸르실료 총무

 

교회력에서는 오늘부터 대림절이 시작된다. 연중 제34주를 끝으로 한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림절은 4주간을 지내는데 이 시기는 ‘예수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제대 앞에는 4개의 대림초를 켜고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회개시키는데 1주, 2주, 3주, 4주를 끝으로, 성탄이 되면 대림초는 사라지고 대신에 각 성당마다 구유가 마련되게 된다. 또한 모든 신자들은 판공성사를 받아야 하고 학생들과 주일학교에서는 성탄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릴 때 내가 다니던 성당에서는 성탄절이 오면 중고등부 학생들이 연극을 하곤 하였다. 그 때는 주로 수녀님께서 연극을 지도 하셨는데, 굵은 뿔테 안경을 끼신 얼굴이 새하얀 수녀님이셨다. 엄격하신 반면 지적인 수녀님이셨는데 참으로 열정적으로 지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매일 저녁마다 남녀 학생들이 강당에서 연습을 하고 난 뒤에 드디어 크리스마스전야가 되면 본당의 전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극이 상연되고 이어서 곧 미사가 시작되었다. 제대 옆에는 새로 단장된 구유와 하얀 솜으로 만든 눈 위에 금종, 은종, 별들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의 빛나는 오색 전구는 성탄절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면서 미사분위기를 예수님 탄생의 날로 만들었다. 그날부터 적어도 한 달간은 매일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는 가운데 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학생회관에 모인 학생들에게는 주로 하얀 봉지에 먹을 것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 속에는 사탕과 떡이 들어 있어서 한 동안 아끼면서 먹었다. 온 세상이 흑백이었지만 찬란한 오색 전구가 반짝이던 곳이 성당이었다. 그래서 성탄절을 맞이하면 더욱 가슴이 두근거리곤 하였다.
온갖 현란한 상품들과 컴퓨터와 휴대폰 등에 의한 문화 컨텐츠가 넘쳐나는 오늘 날에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크리스마스트리에 감격할 학생도 없고 더군다나 하얀 과자봉지를 받고 기뻐할 학생들도 없을 것이다.

요즈음 중 고등학생들이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어떤 이유보다도 학생들은 항상 피곤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신 성적이 도입되고 난 뒤에는 학생들의 관심사는 온통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 수행평가, 그리고 봉사활동 등에 있다. 평일보다는 주말이면 더욱 바빠지는 것이 요즈음 중?고등학생들의 일과이다. 평일에는 학원에 가기가 힘드니 주말에 학원에 가서 그동안 밀린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실상 내신 성적의 여파만큼 비정한 것도 없다. 한번 실수하고 나면 전혀 만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에 모든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학생들을 주말에 성당에 나오라고 하니 학생들이 잘 모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주 5일제가 되면 본격적으로 주말 학습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지금 교회의 청소년문제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신앙심을 가지고 열심히 성당에 나오면서도 남들보다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도 많다. 지금도 각 성당에서는 우리들이 학생이었을 때처럼 기쁘고 가슴 설레는 성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 얼굴을 맞대고 연극과 멋진 춤과 노래 등 각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주일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번 성탄절에는 우리 어른들 모두가 본당의 학생들이 바쁜 중에도 열의를 갖고 성실히 준비한 ‘예수님 탄생 특별 연극 공연’을 어린시절의 감회와 더불어 조용히 감상해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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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마산교구 주보에 게제된 글입니다. -[12/04-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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